[Culture Interview]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 류지훈 이사장ㆍ최용환 총감독 “예술가의 장애, ‘제한’ 아닌 ‘특성’으로 빛나길”_출처 : 서울문화투데이
- 글쓴이 : saltandlight
- 날짜 : 2024.05.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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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각장애 음악인’ 교류 행사 최초 개최…14개국 참여
“순위 다투는 콩쿠르 탈피, 협연 통한 국제 교류의 장 만들고파”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환영…법안 시행 위해 제반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운영 어려움 많은 장애인 공연예술단, 기획 공연ㆍ행사로 자립도 높여
SIMB, 6.6~8 한신대 신학대학원, 영산아트홀, 북서울꿈의숲 개최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 2021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82.1%가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하는데, 그중 시각장애 예술인들은 서양음악과 같은 청각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축제는 그리 많지 않으며, 시각장애 예술인을 위한 축제는 더욱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6월 시각장애를 가진 전 세계 음악인들이 서울로 모인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은 청각 중심의 창작, 예술인 간의 문화 교육 향유 활동을 장려하고, 시각장애 예술인의 전문적인 역량 향상을 위해 내달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서울 국제 시각장애 예술인 뮤직 페스티벌 & 아트마켓’(이하 SIMB)을 개최한다.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 최용환 사무국장(왼쪽)과 류지훈 이사장이 SIMB의 공연 무대 중 한 곳인 한신대 신학대학원 정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SIMB는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축제를 넘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적, 사회적 교류 체험에 그 중점을 두는 축제다.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 가운데, ‘서울 국제 시각장애 예술인 음악 콩쿠르’는 특히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프로그램이다. 피아노ㆍ현악ㆍ목관ㆍ금관ㆍ성악ㆍ전통악기 부문의 1~8위 수상자에게는 오케스트라 협연 및 연주 기회, 출연료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국제 시각장애 예술인 음악 콩쿠르와 국내외 유수 교수진들이 직접 지도하는 K-멘토링 클래스를 비롯해, 비장애인 예술가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콘서트형 강의인 렉처 콘서트, 교수들의 연주 기회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레전드 교수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북서울꿈의숲 파크콘서트는 콩쿠르 입상자들의 연주회와 오케스트라 공연, 시민 음악 단체의 공연이 함께 하는 교류와 공감의 장으로 꾸며 세계 최초로 예술인들이 더 넓은 공연 기회를 거머쥘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와 콩쿠르를 개최하는 (사)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은 2010년 설립된 단체로 시각장애 예술가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은 모두가 차별 없이 음악을 통해 꿈을 펼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폭넓은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한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의 다양한 음악회 참여, 국내 및 해외 초청연주를 선보이는 등 1년에 100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SIMB 총감독을 맡은 최용환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 사무국장은 이 행사를 1년 전부터 기획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운 든든한 지원군,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 류지훈 이사장이 있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구체화 된 것은 3개월 전이다. 서울시의 협조와 후원을 받은 덕에, 사업은 단순 구상에서 14개국 예술인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오랫동안 구상해왔기에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예술 활동에 있어 장애가 제한이 아닌 개인의 특성으로 빛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는 최용환 총감독(이하 최용환)과 “희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시각장애 예술인들이 가진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류지훈 이사장(이하 류지훈)을 만나 SIMB의 개최 과정과 목표 나아가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들어봤다.
오는 6월, <서울 국제 시각장애예술인 뮤직페스티벌&아트마켓(SIMB)>이 개최된다. 전 세계 시각장애인이 예술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은 처음인데,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시작된 축제인가.
(최용환) 안드레아 보첼리, 츠즈이 노부유키, 스티비 원더, 패니 크로스비, 로야킨 로드리고. 이들 사이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각장애 예술인은 청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에, 전 세계 시각장애 예술인을 위한 축제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해, 아카데미를 통해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 세계 시각장애 예술인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시각장애 K-컬쳐 보급을 위한 창작유통 활성화, 국내외 기획자 간 교류, 시각장애 예술인 아트마켓까지 영역을 넓히고 싶어 첫 시작임에도 욕심을 낸 부분이 있다. 서울시에서 적극 후원해주신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최용환) 처음 기획한 건 1년 전부터였다. 생각만 하던 것을 실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했고, 서울시의 협조와 후원을 받는 기간이 좀 걸렸다. 예산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구체화 된 것은 3개월도 안 된다. 굉장히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기획서와 프로그램 등을 오랫동안 구상해왔기에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24 서울 국제 시각장애 예술인 음악 콩쿠르>이다. 총 상금 2,000만 원으로, 장애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콩쿠르 중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는 최초ㆍ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은데. 참가 부문에 서양 클래식 악기뿐만 아니라 전통악기가 포함되는 것도 여느 음악 콩쿠르와 차별점을 갖는 것 같다.
(최용환) 음악 콩쿠르는 선의의 경쟁을 통한 도약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2024 서울 국제 시각장애 예술인 음악 콩쿠르’는 경연의 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연과 멘토링 교육, 음악회 감상, 오케스트라 협연 및 발표 공연의 4단계로 이뤄진다. 콩쿠르는 1차 온라인 동영상 예선과 2차 오프라인 본선으로 나뉘며, 국적, 프로 여부와 관계없이 시각장애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콩쿠르와 가장 다른 점은, 1위부터 8위까지 수상자 전원이 축제의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점이다. 수상자들은 단순히 순위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음악을 가까이서 느끼며 함께 협연할 수 있는 국제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게 된다. 참가 부문은 피아노,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성악, 국악기를 포함한 각국의 전통악기(민속악기) 등이다.
참가 부문에 민속 악기가 포함된 이유는 참가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다. 콩쿠르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 베트남에서 연락을 한 통 받았다. 참가하고 싶은 예술인들이 많은데, 전통악기 부문도 열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동남아권 국가들의 경우 날씨가 덥다 보니 클래식 악기를 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시각장애인 악사를 위한 관현맹인(管絃盲人) 제도가 있던 것처럼, 아직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서양음악이 주를 이루지만, 콩쿠르를 통해 국악을 포함한 전통악기 예술인들까지 아우르고자 한다.
본선 입상자 총 8명에게 2,000만 원의 출연료를 포함해 오케스트라 협연 기회, 국내외 유수 교수진과 함께하는 멘토링 클래스 및 렉처 콘서트, 교수 음악회 관람 혜택 등이 제공된다. 더불어, 별도의 참가비용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SIMB 레전드 교수 음악회 참여 연주자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줄리아드, 맨해튼, 이스트만, 한예종, 경희대 등 국내외 저명 교수진이 단순히 콩쿠르 심사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고, 특별 연주회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20명에 달하는 교수들을 섭외하는 과정과 더불어 이들이 참여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최용환) 짧은 기간에 교수님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해외 교수진은 더욱 어려웠다. 미국에 있는 벨라 뮤직 파운데이션의 협조를 받아 줄리아드ㆍ맨해튼ㆍ이스트만 음대로 범위를 좁힌 뒤,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에 공감하는 교수님들을 섭외하게 됐다. 처음엔 일반 행사로 생각하시고 2~3만 불 정도의 게런티를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시각장애 예술인들을 위한 최초의 국제 행사라는 점과 행사의 취지를 들으시곤 훨씬 낮은 출연료로 기꺼이 참여하시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아예 노게런티로 참석하시는 분도 계신다.
‘시각장애 예술인 아트마켓’ 역시 새로운 시도인데, 어떤 문화를 소개하고 또 들여오길 기대하는지.
(최용환) 시각장애 예술인 아트마켓 역시 세계 최초로 이루어지는 행사이다. 뛰어난 실력의 시각장애 예술인들이 많지만, 매니지먼트가 없는 경우 대부분 공연할 기회를 직접 잡아야 한다. 한빛예술단의 경우에도 전국의 재단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공연과 연주자를 알려야 했다. 연주자들은 이런 수고를 줄이고, 공연장과 문화재단은 훌륭한 국내외 아티스트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베트남, 스페인, 우크라이나, 일본, 중국, 체코, 홍콩, 네덜란드, 캄보디아, 대한민국 등 14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가 도화선이 되어 국제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마켓이 형성되길 바란다. 매니지먼트와 공연장, 문화재단이 좀 더 유기적으로 섞였으면 좋겠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부스도 마련된다. 점자 촉각 도서, 디지털 체험관, 안전 체험 등이 준비될 예정이다. 시각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일반 공연예술 연주단체를 운영하는 일에도 수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장애인 연주단체는 그 노고가 더 대단할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과 정책에는 아직 제약이 많지 않나.
(류지훈) 시각장애 예술인들의 경우, 공연을 한 번 가더라도 비장애인 예술인과 비교해 뭐든지 두 배 이상의 품이 든다. 공연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있으니 장거리 이동이 잦은 편인데, 개별적인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니 버스를 따로 대절해야 하고, 이들을 인솔 및 관리할 인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시각장애 예술인의 실력에 대한 편견이다. ‘장애인이 음악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공연을 접하기 전 이미 수준을 낮춰 본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반응이 매번 돌아온다. ‘시각장애인치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실력은 비장애인 예술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고난을 극복한 시각장애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 주는 감동까지 더해진다. 이는 비장애인은 줄 수 없는 것이다.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물리적, 감정적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걸 극복해 나가며 우리들의 세상을 넓혀가고 있다.
(최용환)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국공립공연장과 전시장 등 759개 기관은 매년 1회 이상 장애예술인의 공연과 전시를 개최해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어 너무 좋지만, 아직 제약들이 많이 남아있다. 공연장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너무 미비하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이다. 동선 문제도 그렇고 장애인에 대한 안전 교육 문제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법안 발의 후 이를 누릴 수 있는 제반적 인프라 구축이 안 돼 있다. 지자체 및 공연장들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넓혀, 장애예술 공연을 올리는 것과 더불어 장애인도 함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반적인 인프라가 형성된다면 장애인과 지자체, 공연장ㆍ전시장 등의 참여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 한빛예술단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류지훈) 2010년 1월 설립된 (사)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은 장애 예술의 우수성을 통한 문화 선진국 발전에 기여한다는 미션과 장애 문화예술 발굴 육성을 통한 희망의 메시지 전파라는 미션을 가지고 운영된다. 전체 인원 5명의 작은 회사지만, 최선을 다해 전국 방방곡곡에 공연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차별 없이 음악을 통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전국 음악회를 통한 장애 인식개선’, ‘국내를 넘어서 해외 초청연주로 장애인 문화 · 예술의 위상 확보’
등 폭넓은 문화ㆍ예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류지훈 이사장은 오랫동안 군(軍)에 몸담아 오다, 2년 전 이곳에 오게 됐다. 어떻게 장애인 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겠다.
(류지훈) 장애는 어느 순간부터 늘 가까이 있는 존재였다. 우리 매형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관학교에 있을 때 취미 활동으로 색소폰을 처음 배운 것을 시작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축제 때 연주도 하고 월급을 모아 비싼 악기를 사기도 했다. 우리 단원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생활 음악인으로서 여전히 음악을 곁에 두고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30년 군 생활 동안 공군본부, 방위사업청, 합동참모본부, 방과학연구소, 국방부 등을 거치며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고, 명예로운 전역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전역 후 나머지 인생은 남을 위해 살면서 국가에서 받은 걸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의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지만, 예산 증액 활동을 하는 등 정부 관련 업무가 많다. 군에 있을 때보다 지금 오히려 국회에 더 많이 다니고 있다.(웃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힘들 걸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다. 내가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좋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2003년 창단된 한빛예술단은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활동성과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아본다면.
(류지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난 2022년 31명의 시각장애 연주자들이 64곡을 암보해 5시간 이상 연주하는 기록을 세운 일이다. 단상에 선 지휘자 없이 모든 단원이 하나가 되어 오케스트라 연주를 펼쳤는데, 이는 약 20년간 매년 100회 가까운 공연을 소화하며 서로 호흡을 맞춰온 한빛예술단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예술인으로서는 최초로 음악예술 분야에서 KRI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기록 인증을 받았다. 해당 기록으로 월드 기네스 레코드 도전이 가능하다는 승인 메일까지 받았으나, 심사 비용 부분의 문제 등으로 더 이상의 도전은 계속할 수 없었지만, 장애 예술의 우수성과 역량을 객관적 지표로 확인받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불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예술인 최초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관 심사를 통과해 공연을 했다는 것도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다. 2022년 ‘Music in the Dark’에 이어 올해 8월 29일 ‘Joyful Fantasy’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해 11월에는 장애 인식 개선 축제인 ‘올씨페스타(All See Festa)’를 우이천 문화예술 축제의 일환으로 개최했다. 우이천이라는 열린 공간에 다양한 공연무대와 체험부스를 마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예술단체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류지훈) 문체부에서 예산을 받고 있지만, (장애예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예술인과 단체가 생존하려면 새로운 기획을 통해 자력으로 수익을 창출해야만 지속이 가능하다. 지난해 개최한 올씨페스타나 올해 선보이는 SIMB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 페스티벌의 경우 전 세계 시각장애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행사인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쌓여 30주년, 60주년, 100주년까지 지속되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
(최용환) 단체의 재원은 정부의 기금과 자체 기획 공연 및 행사, 그리고 기업의 후원으로 조성된다. 정부 기금 중에는 공모 사업 당선을 주로 하고, 여기에 새로운 것을 기획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연을 문화재단이나 공공기관, 민간 기업에 역으로 제안하고 있다. 한빛예술단은 창작극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음악동화 ‘아빠가 들려주는, 조금은 특별한 <피노키오>’는, 약한 시력만 남아있어 앞을 보기 어렵지만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피오키오’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전국의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장애 인식 개선의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지난달 태백에서는 공연이 1시간 만에 마감돼서 연장 요청까지 받았다. 앞으로도 이런 무대를 더 개발하려 한다.
다만, 기업의 후원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정 자립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장애예술 단체에 대한 기업의 많은 관심을 이 기회를 통해 부탁드리는 바이다.
▲지난해 10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개최한 문화예술 축제 <올씨페스타> 공연 장면
단원들의 페이는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나.
(류지훈)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월급제로 지급하고 있다. 월급은 공연 피(fee)를 모아서 매달 지급하고 있으며, 공연이 늘어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재정적으로 안정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매 공연마다 연주비를 분배하는 방식보다 안정적인 월급제를 택했다.
월급제로 운영되면, 단원들도 직장인들처럼 매일 출근을 하는지.
(류지훈) 총 45명 정도 되는데, 단원 전원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연습한다. 점자 악보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귀로 듣고 연주하는 방식으로 연습이 진행된다. 비장애인 연주자보다 악보를 익히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또한, 본인 파트 뿐만 아니라 악보 전체를 외워야 안정적인 연주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이 훨씬 어렵다.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의 방향성 및 앞으로의 목표.
(최용환) SIMB가 첫 씨앗을 뿌렸다. 올해 14개국이 참가했는데, 사실 예상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에 놀랍기도 하다. 숙박비나 교통비 등 지원되는 비용이 없음에도 전 세계의 시각장애 예술인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모두가 이러한 자리와 기회를 기다려 왔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 축제를 차근차근 키워나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장애 예술인 음악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류지훈) 앞서 밝힌 법인의 미션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올해 계획이 궁금하다.
(류지훈) 8월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공연에 이어, 10월에는 체코 오스트리아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SIMB에 멘토로 참여하시는 Jan Vobořil 교수님이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호른 수석)이신데, 드보르작 홀에서 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주셨다. 이에, 피아니스트 이재혁ㆍ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ㆍ첼리스트 김민주로 구성된 트리오 제이(TRIO J)가 체코인들과 그곳의 한인들에게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은 앙상블, 브라스, 밴드, 솔로 등 다양한 형태의 무대로 국내외 공연을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문화사절단으로서, 희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시각장애 예술인들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
이번 축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문화적ㆍ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SIMB에 관심 있는 시각장애 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최용환) 예술 활동에 있어 장애가 제한이 아닌 개인의 특성으로 빛날 수 있도록, 뛰어난 청각과 넘치는 열정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재능과 포부를 가진 시각장애 음악인들이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SIMB가 그 연결과 도약의 장이 되겠다.
아울러, 오는 6월 8일 콩쿠르 입상자들이 함께 꾸미는 콘서트가 북서울꿈의숲에서 펼쳐진다. 연주자들을 장애인이 아닌 함께하는 친구로 바라봐주시길 바란다.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이니, 부디 와서 음악으로 하나 되는 순간을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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